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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목욕의 역사

기사승인 2024.07.17  09: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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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애쉔버그

 여름만큼 목욕이 반가운 계절은 없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이면 집에서 찬물을 끼얹는 것만으로 행복감을 느낀다. 목욕은 사람의 기분을 바꿔주고 몸의 때를 걷어내어 상쾌함을 느끼게 한다. 19세기 미국인들은 현대식 상수도 설비와 하수도 건설을 빠르게 발전시켜 청결과 위생을 강조하며 욕조와 변기, 세면대를 갖춘 완성형 욕실을 선보였고, 20세기에 들어서서 비누와 구강 청결제, 탈취제 등을 광고하며 청결에 대한 욕망을 자극하여 산업을 키웠으며, 몸 냄새를 치명적인 무례로 여기는 미국의 욕실 문화는 전 세계 욕실 문화의 표준을 제시했다. 
 청동기 시대의 고대 인도인들은 청결을 중요하게 여겨 집안에 욕실을 두기도 하고, 종교의식의 일부로 목욕을 했다. 서양의 그리스 사람들도 하인의 도움을 받으며 목욕을 즐겼으며, 로마 시대에는 공중목욕탕으로 나들이를 갈 정도로 편안하게 목욕을 즐겼다. 하지만 게르만족의 침략으로 대욕장은 종말을 고했고, 4세기 무렵부터 기독교인들은 깨끗함을 위험한 쾌락으로 치부하고 더러움을 거룩함의 증표로 여겨 씻지 않게 된다. 그 이후로 이집트인, 아즈텍족, 중국인과 그리스인이 청결했던 것과는 달리 유럽인들은 갈수록 불결해졌다. 이후, 십자군 전쟁으로 터키식 목욕이 전해지며 씻기 시작한 유럽인들에게 ’페스트(흑사병)‘의 유행은 몸에 낀 때가 병을 막는다고 신념으로 이어져 또다시 공중목욕탕의 종말을 이끌었다. 아즈텍 문명을 짓밟았던 스페인 사람들의 악취는 대단해서 원주민들은 스페인 사람들이 다가오면 향을 피워 훈증 소독을 했다. 영국인들은 그들의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머리를 감는 것이 좋겠다‘는 것을 그제야 인정하게 된다. 이러한 목욕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들은 청결에 대한 정의는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같다고 생각했던 편견을 과감히 깨부수며 흥미를 돋운다.
 사람들의 목욕 욕구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기 전만 해도 사람들이 몸을 씻는 이유는 오늘날 목욕의 이유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사람들은 깔끔해 보이려고, 몸의 체취를 없애려고 혹은 위생이 건강에 이롭기 때문에 아니면 어릴 때부터 씻으라는 잔소리 혹은 교육을 받았기에 목욕을 한다고 막연히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시대와 지역에 따라 청결과 위생의 개념은 지금의 생각과 아주 달랐고 이 더럽고도 냄새나는 사람들을 교육하기 위해서 학교의 위생 교육이 큰일을 해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사람들은 목욕을 시작했는데 그 방향이 조금 묘한 쪽으로 틀어진다. 그건 냉수욕이 건강에 좋다는 설이었다. 
1701년에 출간된 <냉수욕의 역사>에 따르면 차가운 물로 모든 병을 고칠 수 있고 심지어 경기에 진 사람을 승자로 만들 수도 있다고 한다. 저자 중 한 사람인 에드원드 베이너드는 ‘두 아이에게 달리기 시합을 시킨 후 거기서 진 아이를 차가운 물에 들어갔다 나오게 하면 그 아이가 다음 경주에서 반드시 이긴다.’ P 82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저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이겼는지 알 것 같지만,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병을 고치고 승리를 얻을 수 있는 기적과도 같은 얼음물이었다. 건강과 남자다움을 위해 냉수로 목욕한 사람들의 일화를 들으며 한겨울에도 온수로 샤워할 수 있는 현대식 배관과 보일러 기술에 절로 감사의 마음이 생겨난다. 
 우리에게 청결은 어떤 의미일까? 어떤 사람은 박테리아가 증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각종 무균 제품과 향균제가 들어간 비누 등을 사용하며 위생 강박에 빠져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실험실처럼 깨끗한 환경에서 사는 것이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며 다소 더럽게 살 것을 권한다. 전 세계의 1인당 물 사용량이 급증하고, 각종 화학 성분으로 이루어진 목욕 제품이 호수와 강으로 흘러 들어가 환경에 큰 부담이 되고 있기에 청결과 위생에 대한 생각들은 현재에도 어느 것이 옳은지를 두고 여전히 논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에서 잠시 벗어나 <시시콜콜 목욕의 역사>를 보며 우리의 습관적 씻기를 곱씹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이순옥<혜윰서평단>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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