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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엔 구장을 흔든 한국어 교가

기사승인 2024.09.04  09: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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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우리나라 고교야구대회에도 황금 시절이 있었다. 전국 고교야구대회가 열리는 1970년대 동대문야구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대통령배, 청룡기, 황금사자기, 봉황대기’가 열리면 동대문야구장에서 울려 퍼지는 함성으로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북과 꽹과리 등에 섞여나오는 응원가들은 굉장했다. 4강에라도 들면 동대문야구장 주변은 응원객을 싣고 오는 관광버스가 즐비했다.
명승부를 벌이는 학교마다 별명이 따라다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군산상고, ‘역전의 명수’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아직도 그때의 명승부가 회자 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던 고교야구대회는 1980년대 프로야구에 밀려 그 명성을 시나브로 잃어가기 시작했다. 수직 하향곡선을 긋고 말았다. 우리나라 고교야구대회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고교야구대회가 열리면 온 나라가 들썩이는 나라가 있다. 일본이다. 일본의 고교야구대회는 아직도 황금기이다.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8강, 4강에 오르기도 하늘의 별 따기이다. 언론의 큰 주목까지 받는다.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이다. 이런 일본에서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졌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교가의 주인공은 교토시에 위치한 ‘교토국제학교’이다. 이 학교가 우승을 했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일본 고교야구대회를 ‘고시엔’이라 부른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는 고시엔 한자를 한국식으로 읽어 갑자원(甲子園)이라고도 불렀다.
고시엔은 매년 고교야구대회가 열리는 일본 고교야구의 상징으로 알려진 구장이다. 이 야구장에서 교토국제학교가 우승을 했으니 일본이 발칵 뒤집힐 수밖에….
교토국제학교는 재일 한국인들이 설립한 학교이다.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1947년 설립했을 때의 교명은 ‘교토조선중학교’였다. 그 후 여러 차례 교명이 바뀌어오다 2004년 일본에서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아 ‘교토국제학교’로 정착이 되었다.
야구부 초기에는 여느 학교가 겪듯 동네북 신세였다. 그러던 것이 2006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2016년 지역대회 4강, 2019년 지역대회 준우승을 따냈다.
올 고시엔 결승전에서는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2 &#8282; 1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명장면을 연출했다. 우승을 한 학교는 선수들이 모여 학교의 교가를 부르는 것이 전통관례이다. 한국어로 교가를 부르는 모습이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국에 생중계됐다. 왈가왈부 말이 많았다고 한다. 일본인 심정으로 그러고도 남는다.
교토국제학교는 현재 중고교생을 모두 합해 총 160명인 소규모 한국계 학교다. 현재 재적 학생의 65%가 일본인이고 나머지가 한국계이다.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의 미래도 불분명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야구협회가 앞장서 일본 고시엔 우승학교와 교류가 있으면 좋겠다. 정부와 야구협회가 힘을 합쳐 속히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제52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야구 명문 전주고등학교가 창단 첫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 우승기를 들어 올렸다. 전주고는 지난 7월 청룡기 대회 우승에 이어 봉황대기 대회까지 석권하며 올 시즌 2관왕에 올랐다.
한국의 고시엔이라고 불리는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는 1971년 창설되었다. 올해 이 대회에는 역대 최다 103개 팀이 참가했다. 그러나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고교야구대회는 언론으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당하고 있다. 관중석도 썰렁하다. 결승전이나 가야 들어찰 정도이다. 텔레비전 방송국은 스포츠 소식란에서나 잠깐 지나갈 정도로 다루고 있다. 이 와중에 인천 옹진군 덕적고등학교 야구부 소식이 안타깝다. 섬마을에 창단한 고등학교 야구부가 선수단 감소로 사라질 운명이다. 어디 이뿐이랴? 어려운 환경에서 이끌어나가는 고등학교가 많다. 덕적고등학교의 야구부 폐지가 도미노 현상처럼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윤 대통령은 이번 고시엔 대회에서 우승한 교토국제학교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야당권 인사들도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정치권도 이젠 시정잡배처럼 싸우지 말고 우리나라 고교야구대회를 고시엔처럼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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