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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여행

기사승인 2023.11.22  09:2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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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우리 일행이 친구의 집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군불을 때느라 얼굴에 꺼멍을 묻히고 있었다. 시외에 전원주택을 지어서 우리를 초대했다. 방 하나를 황토찜질방으로 만들어 그 방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우리는 황토방에서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문학을 이야기하며 땀을 흘렸다. 스트레스에 지친 피곤한 몸과 마음을 쉼 하는데 안성맞춤이었다. 시중의 찜질방 못지않게 좋은 황토에 한약재와 샤워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더우면 욕조 가득 받아 놓은 차가운 냉탕에 들어가 열을 식혔다. 황제가 부럽지 않은 시절을 살고 있다며 행복해했다. 우리는 입을 모아 친구의 찜질방을 찬양했다.
  친구는 온천을 좋아하여 온천여행을 자주 간다. 국내는 물론 일본, 터키, 인도네시아 등 자연온천이 있는 곳에 가서 몸을 쉬고 온다. 여행 중의 온천은 그 당시만 지나면 효과가 떨어진다. 그래서 황토찜질방을 지은 것이라고 했다. 나와 같이 간 친구들은 세컨하우스에 꼭 찜질방을 짓거나 찜질 조립 방을 드려 놓고 싶다고 했다.
 이탈리아의 폼페이는 서기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여 땅속 깊이 묻혀 버린 비운의 도시이다. 도시와 사람이 사라지고 천오백 년이 지난 1592부터 겨우 발굴되기 시작하여 도시를 복원해 놓았다. 도시 자체가 모두 유적인데 그 옛날 집마다 목욕탕이 갖춰져 있으며, 대중목욕탕이 성행한 것을 알 수 있다.
 목욕을 비롯한 향락 문화가 도시를 삼켰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세계의 사람들은 몸을 깨끗이 하고 질병예방이나 퇴치에 목욕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 조상들도 몸을 청결하게 하고 목욕을 좋아했다. 『세종실록』에 “병든 사람이 한증소(汗蒸所)에 와서 땀을 내면 병에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를 널리 물어보아, 과연 이익이 없다면 폐지 시킬 것이요, 만일 병에 이로움이 있다면, 환자가 오면 그의 병증세를 진단하여, 땀낼 병이면 땀을 내게 하고, 병이 심하고 기운이 약한 자는 그만두게 하라.”는 글이 있다.
 이처럼 한증(汗蒸)의 뜨거운 증기 혹은 열기로 땀을 내게 하는 치료법이 성행했다. 한증소는 오늘날의 찜질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뜨거운 음식을 먹거나 찜질방에서 땀을 흘리면서 시원하다고 말한다. 땀을 흘리면서 시원하다는 말은 아이러니하게 들린다. 땀을 흘리며 병을 낫게 하고 몸을 피로를 푸는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옛날 어릴 때 김장을 하고 나면 우리 동네 아줌마들은 시내에 있는 한증막에 가서 몸을 지지고 왔다. 세월이 흘러 가까운 곳에 온천이 개발되자 동네 부녀자들은 주기별로 온천을 갔다. 아토피가 심하던 우리 아이도 어릴 때 친정만 가면 온천을 데리고 다녔다. 그 녀석이 자라서도 욕조에 물을 가득 받아 놓고 목욕을 즐기는 것은 어릴 때 버릇인지도 모른다.
 중년 여성들은 산후 몸의 변화로 피로를 쉽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사우나에 가면 아줌마들이 매일 몇 시간씩 몸을 지지며 땀을 빼고 있다. 찜질이 몸을 낫게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시적 효과는 있고 위약효과도 있다. 현대는 집집이 목욕 시설을 갖춰져 있어 목욕탕을 찾지 않아도 된다. 아파트에서 혼자하는 목욕은 외롭고 좁아서인지 찜질하는 효과가 없게 느껴진다. 주말에는 온천여행이 아니더라도 동네 찜질방이라도 나들이 가야겠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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