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3월이 간다

기사승인 2023.03.29  09:42:50

공유
default_news_ad2
류근원<동화작가>

봄꽃들의 잔치가 북상하고 있다. 산수유꽃, 벚꽃들의 모습이 채색된 구름 송이처럼 눈부시다. 무릎을 굽혀야 눈에 들어오는 풀꽃들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봄까치꽃, 봄맞이꽃, 황새냉이꽃, 꽃다지꽃…. 볕 바른 밭둑에서 나물 캐는 사람들의 모습도 그림엽서처럼 눈에 들어온다. 보이는 곳마다 봄, 봄, 봄이다. 눈 호강에 이어 마음 호강까지 받는 기분이다.
그동안 우리의 가슴을 암울하게 만들었던 ‘서해수호의날’이 이번엔 마음을 평안하게 만들었다. 지난 3월 24일 제8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치러졌다. 이번 기념식은 전 정부와는 격이 달랐다. 문 정권 시절 대통령조차도 홀대하던 서해수호의날이었다. 이번 기념식에서 윤 대통령은 “조국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을 기억하고 예우하지 않는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 국가의 미래도 없다.”라며 국민과 함께 국가의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켜낸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55명 용사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주었다. 그동안 가슴 먹먹했던 응어리가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 기념식에 불참했다. 그의 측근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방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 참석이 불참 이유였다. 북한의 도발로 목숨을 잃은 우리의 군인이었다. 우리의 바다를 지키던 군인이었다. 몇 번을 생각해도 이유 같지 않은 이유에 부아가 울끈불끈 치솟는다. 서해수호의날 이전에 이미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은 선거가 없으면 서해수호의날은 패싱한다.”라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은 딱 들어맞았다. 문 전 대통령도 서해수호의날에 관해서 입을 열지 않았다. 기념식장에 조화 하나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4.3 제주추념식에는 참석한다니 격에 맞지 않는 느낌이다.
지난해 대선 승리 이후 당선인 신분으로 윤 대통령은 기념식에 참석하려 했다. 그러나 보훈처가 당선인을 공식 초청 대상에 포함하지 않아 참석할 수 없었다. 기가 막힌 일이었다. 당선인조차도 이런 홀대를 받았는데 천안함 전사자들과 유족들은 얼마나 큰 멸시를 받았을까? 공영방송에서조차 이명박 정권의 조작극이라며 외쳐대는 어중이떠중이와 인터뷰를 하는 등 온갖 허위 선동 뉴스를 해대며 그야말로 정권의 시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문 정권은 전사자와 생존 장병들이 패잔병이란 비아냥을 듣는 현실도 방관했다. 유족들과 생존 장병들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아픔을 준 정부였다. 당시 정부는 사고원인 조사를 위해 미국과 영국, 호주, 스웨덴 등 4개국 전문가까지 포함된 민 &#8231; 군 합동조사단에 의뢰까지 했다. 사고 해역에서 건져 올린 북한의 어뢰 추진체 등을 근거로 천안함 침몰은 북한의 소행인 것을 밝혀냈다. 그러나 좌파진영 일각에서는 북한의 폭침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 아직도 똬리를 틀고 틈만 있으면 튀어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당시 천암함 최원일 함장은 끊임없는 음모론을 이겨내지 못하고 3~4년을 술과 담배에 의지했을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일어섰다. 최 전 함장은 천안함 좌초설을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니던 어중이떠중이들을, 천암함에 대한 막말을 학생 앞에서 자랑스럽게 지절대던 교사를, 천안함 함장이 자기 부하들을 다 수장시켰다는 발언을 한 당시 민주당 부대변인을 고소했다. 얼마나 억장이 무너져내렸을까?
천안함 용사인 고 정종율 상사의 부인 정경옥 씨가 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하나뿐인 그의 아들 미성년자인 정주한 군이 빈소를 지키던 그 쓸쓸했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천안함 5주기 추모식에서 아버지를 그리는 편지를 낭독하던 모습을 잊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처럼 자랑스러운 군인이 되겠다며 울먹이던 정주한 군의 모습에 억장이 무너지기까지 했다. 전 국민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 정주한 군이었다. 그런 정주한 군의 손을 아버지의 묘역에서 대통령이 잡아주었다. 두 손 사이에 무엇이 오고 갔을까? 정권이 바뀌더라도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은 이번처럼 계속 이어져야 한다. 그게 진정한 국가이고 미래를 위한 일이다.
3월이 간다. 벚꽃잎들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여느 해보다 떨어지는 꽃잎조차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