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순미 작가가 첫 동시집 ‘나도 너랑 똑같아’(좋은꿈 출판사)를 출간, 아동문학 문단에 잔잔한 파문을 던져주고 있다. 허순미 씨는 감동을 주는 글을 발표해 많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수필가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2023년 아동문학 전문지 ‘동화향기동시향기’ 아침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에 ‘허수아비 외 3편’이 당선, 동시인이 되었다.
동시인이 된지 1년만에 동시집을 출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의 시작 노트를 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게 된다. 지금은 성인이 된 아들들을 키우며 적어온 육아일기 식 메모가 첫 동시집 출간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작가는 첫 동시집을 내며 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책 표지부터 재미있다. ‘나도 너랑 똑같아’ 무엇이 똑같을까? 머리 위로 가방을 올리고 빗속을 뛰어가는 아이와 그 옆에 함께 달리는 강아지. 뒤쪽엔 친구인 듯한 아이가 손을 흔들고 있다. 우리가 어린 시절 대부분 경험했을 아름다운 추억이다.
콩밥// 콩만 골라/대충 씹어 삼켰다//“우리 아들 콩 좋아하네.”//팥밥// 팥만 골라/대충 씹어 삼켰다// “우리 아들 팥 좋아하네.”// 엄마는/ 내 마음 안다면서/다 안다면서 이건 모른다//“편식하면 안 된다면서요?”//
-‘내 맘도 모르면서’ 전문
서로의 마음을 정말 몰랐을까. 아들은 엄마께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좋아하지 않는 콩과 팥을 먹고, 엄마는 그런 아들에게 듣기 좋으라고 일부러 한 말일 것이다. 동시집 도움말을 쓴 심후섭 아동 문학가는 작중화자인 아들이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며 슬쩍 마음을 보인 것이라 해설했다. 그러면서 시인의 시 전편을 보면 스쳐 지나가기 쉬운 일에 의미를 넣어 독자들에게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라며 ‘모든 것을 내놓고 말해야만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서로의 마음이 다 보인다.’라는 말을 전하고 있다.
허순미 수필가 |
허순미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책을 열면 웃지 않으려 해도 웃게 되고 울지 않으려 해도 눈물이 난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그립고 아쉬운 마음이 가득 들어있다.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 서러웠던 일, 미안했던 일, 부럽고 무서웠던 이야기가 마치 누군가 내 마음속을 다녀간 것 같이 훤하다.”
첫 동시집을 출간하는 그에겐 바람이 있다. 마음을 전해야 할 상대가 있다면 말 대신 이 동시집 한 권을 슬며시 내밀어 보라고 속삭인다. 게다가 동시집을 지금까지의 책이라 생각하지 말고 놀잇감처럼 날리고 굴리고 만지작거려도 책을 읽은 것과 같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나도 너랑 똑같아’ 아이들도 어른들도 마음을 보여주기 충분한 동시집이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동시집, 따스한 봄 같은 동시들이 많은 사람에게 봄비처럼 스며들길 바라고 있다.
안산신문 ansan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