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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고]웃기는 짬뽕

기사승인 2023.09.13  09: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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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규<안산시민>

‘짬뽕’은 직장인이 가장 즐겨 먹는 점심메뉴 중 하나로 각종 통계에 따르면 직장인 점심 메뉴에 짬뽕은 짜장면과 함께 여러 한식 메뉴를 제치고 항상 상위권에 차지한다.
설문 조사 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0년 조사한 직장인이 즐겨 먹는 점심메뉴 결과(중복응답)에선 짬뽕이 42.4%로 김치찌개와 짜장면에 이어 당당히 3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짬뽕’은 어디서 왔을까? 이름은 일본에서, 음식은 중국에서 기원했다. 하지만 일본의 ‘잔퐁(ちゃんぽん)’과는 아예 다른 음식이다. 중국어로 ‘차오마ㅤㅁㅖㄴ(炒馬麵)’ 정도가 되지만 이 역시 우리 ‘짬뽕’과는 거리가 있다.
자료를 찾아보면 ‘짬뽕’이란 이름은 1899년 일본 나가사키(長崎)에서 처음 등장한 ‘잔퐁’에서 유래했다. 당시 시카이로(四海樓)를 운영하던 진헤이준(陳平順)이라는 중국인 주방장이 가난한 동포 유학생을 위해 양 많고 저렴한 중국요리를 만든 것이 이제는 나가사키를 대표하는 명물 요리가 되었다.
그러다 20세기 초 국내에 거주하는 화교들에 의해 소개되기 시작한 ‘짬뽕’은 1960년대 고춧가루를 넣어 매콤하게 만들기 시작하면서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1960년대 이전에는 짬뽕은 이처럼 붉은색이 아닌 요즘의 백짬뽕, 굴짬뽕 등에 더 가까웠다.
그렇다면 ‘웃기는 짬뽕’은 어디서 왔을까? 1990년 모든 세대를 아우르던 코미디프로 ‘한바탕 웃음으로’의 한 코너였던 ‘봉숭아학당’의 주인공 ‘맹구’로부터 시작됐다. 
지금도 중국집에 가면 짜장과 짬뽕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고충이 상당한데 당시 ‘맹구’가 자지러질듯한 목소리로 거침없이 '난 짬뽕'을 외쳤으니 얼마나 유쾌 통쾌 상쾌 했겠는가?
웃기는 ‘맹구’가 ‘짬뽕’하나로 국민의 고충을 시원하게 해결했으니 그야말로 ‘웃기는 짬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짬짜면’이 나왔으니 ‘맹구’도 ‘웃기는 짬뽕’도 사그라지고 다른 의미의 ‘웃기는 짬뽕’만이 남아있다. 
어이없는 사람에게 ‘웃기는 자식’을 ‘웃기는 짬뽕이네’로, 요즘처럼 말도 안되는 소리로 사기치려 하는 사람에게 ‘사기꾼 자식’을 ‘웃기는 짬뽕이네’ 돌려 말하면서 ‘웃기는 짬뽕’의 2막이생겨난 것이다. 
보통 욕이란, 남을 저주하거나 미워하는 말이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스스로 나무랄 때 사용되니 욕의 배경은 그 시대에 가장 천시되고, 무시되고, 하찮은 것들이 대상이 되어지는 것이 일반적 이어서 그 기분 나쁨이란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말하는 사람의 억양과 단어의 느낌만으로도 충분하다. 
그에 반해 ‘웃기는 짬뽕’은 그 탄생이 주는 재미있는 기억이 말해주듯 그리 심한 욕처럼 들리지는 않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욕으로써 ‘웃기는 짬뽕’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상대를 무시하고, 천시하는 의미가 담겨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요즘처럼 ‘웃기는 짬뽕이네’란 말이 절로 나오는걸 보면 말이다. 시작이 어디고 이름이 어디서 왔든지 우리네 정서와 비슷하게 화끈하면서도 넉넉한 매력으로 삶의 에너지를 제공하는 짬뽕은 없어서는 안 될 대한민국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마지막 국물까지 시원하게 들이키고 나면 삶에 지쳐 축 처진 사람들의 어깨를 절로 펴지게 하는 그야말로 ‘웃기는 짬뽕’이다.
내포된 의미가 무엇이든 재미있게 들리는 그야말로 ‘웃기는 짬뽕’이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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