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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기사승인 2024.09.25  09: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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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우리나라의 봄과 가을이 해를 거듭할수록 수상하게 변하고 있다. 봄과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있음을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 대신 여름과 겨울이 상대적으로 길어지고 있다.
올봄부터 심상치 않았던 무더위는 우리의 일상을 끈질기게 괴롭혔다. 올 여름철에도 지난해처럼 극한폭염과 극한호우란 말이 일상어처럼 사용되기까지 했다.
물러설 줄 모르는 무더위는 가을을 알리는 입춘, 처서, 백로까지 무색하게 만들었다. 추석도 예외일 수 없었다. 기후는 변했고 절기는 날씨와 멀어지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바나나 열매가 달리고, 남부지역은 아열대기후로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과의 대표적 고장인 대구와 충주의 명성도 시나브로 사라지고, 북쪽 지역의 사과가 백화점의 사과 코너를 잠식하고 있다.
  2024년 우리나라는 여름철 기온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온과 열대야 일수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기온이 무려 25.6℃로 역대 1위 기록을 세웠다. 열대야 일수도 20.2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해가 거듭될수록 이런 기록들은 경신될 것이 빤하다.
  무더위는 추석까지 이어졌다. 추석 당일 전국 곳곳의 체감온도는 35℃까지 올라갔다. 서울과 그 밖의 도시조차도 사상 처음으로 한가위 열대야를 보내야 했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태풍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졌다. 9월 폭우, 200년에 한 번 내릴 비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남부지방의 피해가 크다. 벼를 비롯해 대파와 배추 등 대부분의 농작물이 침수되었다. 김장철에 출하할 대파가 모조리 물에 잠겨 망연자실하고 있는 농부의 사진이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이번 비로 김장철 채소류 수급에도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인명피해도 있었다. 아내를 마중 나갔던 80대 남성이 급류에 떠밀려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물 폭탄이 쏟아진 부산에서는 대형 땅 꺼짐 현상도 발생했다. 충남 보령의 한 도로에는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쳐 다니기도 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김해 대성동고분군 일부가 붕괴, 임시방편으로 윗부분을 대형 방수 천으로 덮기까지 했다.
모든 게 기후 이상에 따른 결과이다. 우리나라만 몸살을 앓고 있는 게 아니다. 천혜의 관광국 스위스도 마찬가지이다. 국민일보에서 보여준 스위스의 사진은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스위스 론 빙하의 모습과 25년 전 사진의 모습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거대한 빙하가 25년 만에 고요한 호수가 되어 흐르고 있는 사진이었다.
스위스 정부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2004년부터 알프스산맥의 해발 2200m 이상 지역에 흰색 방수포를 덮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방수포 이불은 냉기를 가두고 열 침투를 막는다고 한다. 겨울에 쌓이는 눈의 손실을 줄이려는 고육지책이다. 전문가들은 2100년쯤에는 모든 빙하가 사라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온실가스의 농도 증가는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를 초래했다. 그린란드 빙상에 사상 처음으로 비가 내렸다. 캐나다와 미국의 인접 지역에는 한 마을의 기온이 50도까지 육박하기도 했다. 중국의 한 지역에서는 수개월 치에 해당하는 비가 단 몇 시간 만에 쏟아지기도 했다.
극지에 서식하는 북극곰의 활동 범위도 변화하고 있다. 북극곰이 기후 변화로 인해 유빙을 타고 인간 마을에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일 아이슬란드의 한 마을에 어린 북극곰이 나타나 안타깝게도 사살되고 말았다. 서식처가 감소해 굶주린 북극곰이 인가에 나타나면, 인간과 북극곰 모두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모두 인간이 저지른 일이다. 자업자득이다.
기상학에서는 9일 동안 일 평균기온이 20°C 미만 내려간 후, 다시 올라가지 않을 때, 그 첫 번째 날을 가을의 시작일로 정의하고 있다. 절기상으로는 입추에서 입동까지 약 90일 정도를 가을로 보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그런 정의가 맞지 않고 있다. 서둘러 떠나는 봄과 가을이다. 그러면서도 꽃들이 피고 있다. 가을이 오고 있다. 그러나 자꾸만 해가 갈수록 낯설다. 지난해 단풍이 제대로 들지 않아 초록 단풍들을 많이 보았다. 무더위 탓이다. 올해도 초록 단풍들을 보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추분이 지났다. 입춘, 처서, 백로는 가을을 보여주지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났다. 낯선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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