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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기사승인 2024.05.10  1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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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벚꽃 축제가 끝난 지 오래다. 올해도 벚꽃 축제는 여느 때처럼 관광객들로 붐볐다. 봄은 짧다. 사계절 중에 유일하게 봄만 짧다고 푸념한다. 이상 기후로 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벚꽃 축제 당일까지 벚꽃이 피지 않아 궁여지책으로 2차 축제를 연 지자체도 있었다. 봄이 떠나고 있다.
커피숍이 참 많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커피숍에 들어서자 ‘벚꽃엔딩’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버스커 버스커의 목소리가 유난히 달콤하게 귀에 들어왔다.
“…,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몇 번 노래가 되풀이되더니 귀를 의심할 노래가 흘러나왔다.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였다. 반전도 이런 반전은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하게 할 정도였다.
봄날은 간다 이 노래만 나오면 지인이 떠오른다. 시 공부를 열심히 하다가 때려치운 지인은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봄날은 간다는 지인의 애창곡이었다. 술이 들어가면 이 노래에 대한 설명을 녹음기 틀 듯 읊어댔다. 젊은 시절 포장마차에서도 젓가락 두드리며 불렀던 노래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만들어진 노래이다. 전쟁이 휩쓸고 간 정신적 육체적 피폐함을 표현한 서정성 짙은 노래이다. 원래 이 노래는 3절까지 있는 곡이었다. 녹음 시간 때문에 2절은 생략, 1절과 3절만 녹음되었다. 노래의 대박 탓으로 후에 2절까지 수록되었다. 개인적으로 2절 가사를 제일 선호하고 있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2001년 노래 제목을 차용, 만들어진 영화 ‘봄날은 간다’가 대박을 터뜨렸다. 이혼의 아픔을 간직한 여주인공과 순수한 남주인공의 사랑 이야기이다. 사랑하지만 둘은 헤어지게 된다. 배우 이영애와 유지태의 연기력이 빛나는 영화였다. 대나무 숲의 바람 소리, 산사의 풍경 소리, 파도 소리가 가슴을 잔잔하게 흔들었다. 마지막 장면. 보리밭의 일렁거리는 소리를 녹음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그 표정에서 사랑은 봄날처럼 짧음을 주인공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백상예술대상과 청룡영화상을 받은 영화이다.
장사익은 2018년 풍운아 정치인 김종필 씨 영결식장, 그의 관 앞에서 봄날은 간다를 조가로 불렀다. 조문객과 시청자들의 눈에서 눈물을 쏙 빼낸 조가였다.  
백설희는 봄날은 간다 이후 ‘아메리카 차이나타운, 목장 아가씨, 물새 우는 강 언덕’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당대 최고의 여가수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녀의 남편은 명배우 ‘황해’였다.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영화계를 주름잡았다. 그의 아들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가수 ‘전영록’이다. 대를 이은 연예계 집안이다.
봄날은 간다 이 노래는 리메이크한 가수들이 정말 많았다. 이미자, 배호, 조용필, 나훈아, 하춘화, 문주란, 최헌, 심수봉, 장사익 당대 최고의 가수들이 이 곡의 리메이크 대열에 동참했을 정도이다. 봄날은 간다 노래와 영화만 있는 게 아니었다. 김용택의 시 봄날은 간다, 이윤기의 소설 봄날은 간다도 있을 정도이다.
사실, 이 노래는 아름다운 봄날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 슬픔과 회한, 절망의 정서가 가득 담겨 있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게 있다. 전쟁이 끝난 뒤 아픔을 속으로 삼키는 한국 여인의 한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작품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슬퍼서 더욱 아름다운 노래이다.
이 노래는 2009년 계간 문예지 「시인세계」에서 시인 100명을 대상으로 ‘좋아하는 대중가요 노랫말’을 설문 조사한 결과 1위에 선정된 명가사이기도 하다. 시로 보아도 손색 하나 없는 노랫말이다.
리메이크곡들이 한참 흘러갔다. 시간이 꽤 지났다. 커피를 한 잔 더 시켜야 미안한 마음이 가실 것 같은 마음조차 든다. 먼저 간 지인이 옆에 앉아 있는 느낌까지 든다. 커피를 다 마시고 일어설 준비를 할 즈음 나훈아의 리메이크곡이 흘러나왔다. 일어서기를 포기해야만 했다. 다른 메뉴 커피를 더 시키고 말았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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