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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경영학

기사승인 2023.03.29  09: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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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경영학박사>

  고대 중국 춘추시대에 살았던 묵자(墨子, BC470~391)의 가르침과 사상은 중국 철학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의 핵심 사상은 겸애주의(兼愛主義)의 보편적 사랑과 상호이익이다. 인간은 하늘의 뜻에 따라 살아야 하는데 겸애가 인간의  길이고 신의 길이라고 가르쳤다. 모든 사람이 사회적 지위와 부, 민족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서로 사랑하고 돌봐야 한다고 믿었다. 그의 생각은 공자의 유학에 맞서는 것이었다. 
사회적 위계질서와 가족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고대 중국에서 혁명적이었다. 묵자가 보편적인 사랑을 강조한 것은 모든 인간의 고유한 가치와 존엄성에 대한 그의 믿음에 근거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존중과 연민으로 대우받을 자격이 있으며 이 사랑이 가족이나 친구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城)을 수비하는 기술이 탁월했다. 방어 장치를 만들어 적의 공격을 받는 나라들을 돕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는 공격을 반대하고 패잔병을 쫓지 않았다. 전쟁이 끝나면 도움을 받았던 왕들은 백성들의 지지를 받는 묵자를 죽이려 한다. 그는 이런 인간의 욕심을 알기에 미리 도주로를 준비하고 왕의 만찬에 참석하지 않고 피한다. 그리고 성밖에서 고아와 과부 등을 돌보는 일에 평생을 바친다.  
  예수그리스도의 메시지도 하나님의 나라와 사랑이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것이었다. 사랑은 평화와 자유, 평등한 세상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사랑은 상대를 헤아린다는 뜻인 '사량(思量)'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사랑은 사람이나 존재를 아끼고 위하여 정성과 힘을 다하는 마음이다. 
사랑은 가장 바람직한 인간관계이다. 서로 관계를 맺고 아끼고 지켜고 함께하려는 마음이다. 인성(人性), 영성(靈性)을 갖춘 사람이 타인과 서로 유대 또는 사귐을 갖고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이 사랑인 것이다. 우리는 사람이나 존재를 향해 마음을 준다 또는 마음을 바친다라는 말로 사랑의 행위를 표현하기도 한다.
  성경에서 바울은 사랑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으며, 자기의 이익을 구하지 않으며, 성을 내지 않으며, 원한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불의를 기뻐하지 않으며, 진리와 함께 기뻐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딥니다. 사랑은 없어지지 않습니다(고린도전서13:3~8)’이타적 사랑은 먼저 자신의 몸과 일과 영혼을 사랑함으로 시작한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없다. 이타적 사랑과 신뢰는 리더의 생명이고 경영의 기본 사상이다. 
비즈니스의 목적과 목표가 개인의 욕망이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구성원과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는 행동과 생각에 집중해야한다. 사랑은 정치의 근간이다. 정치의 방향과 결과가 국민의 삶이 평화그럽고 행복헌 것이어야 한다. 국민을 불화로 갈등하게 만들고 다투게 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다른 나라와의 관계도 사랑의 정신을 바탕으로 유대해야 한다. 불의와 악을 용납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자유와 평등, 평화의 고유가치를 공유하고 추구해야 한다.  
  세계는 뉴노멀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정치적 탐욕으로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수 많은 사람이 의미없이 죽고 삶의 터전을 잃었다. 사랑하고 존중하고 지켜주어야 할 생명이 개인의 권력을 지키는 도구로 전락했다. 세계 경제질서는 신냉전시대를 맞아 흔들리고 있다. 기술, 경제, 군사적 패권을 가진 미국과 이에 맞서려는 중국의 관계는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그 여파는 미국과 중국에 안보, 기술,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에게 샌드위치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반도체 및 재료, 부품의 공급망 차질은 물론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세계는 두 강대국의 진영으로 급속하게 나뉘고 있다. 그 틈에 끼인 국가들은 안보와 경제적 성장과 생존을 위한 전략에 절치부심(切齒腐心)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군사적 동맹으로 절대 우방인 미국을 멀리할 수도 없고,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중국을 배제할 수도 없다. 방법은 하나이다. 동병상린이라고 했다. 
비슷한 입장에 있는 일본이나 유럽, 동남아, 중동 등의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유대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불편했던 관계를 벗어나서 미래를 위해 화해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보편적 사랑은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나 존재를 아끼고 인정해주고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다. 이젠 분노의 단계를 넘어서 수용하고 사랑하며 가치를 공유할 때이다.

안산신문 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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