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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을 쬐다

기사승인 2023.03.29  09: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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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처음부터 꽃을 보기 위한 여행이 아니었다. 상춘객이 몰려들기 전에 문학기행을 다녀오기로 하고 3월 말에 떠났다. 그것은 행운이었고 황홀한 전경을 맞이했다. 날씨가 미쳤다고 했다. 덕분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한적한 산사에서 불교문화와 관련한 문학을 나누지는 못했다. 새벽부터 먼 길을 달려 온 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써 활짝 핀 벚꽃을 보며 부풀어 오른 꽃망울처럼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보러 이곳을 왔는가. 당연히 사찰 한번 방문으로 불심을 얻어 깨달음을 얻진 못하였다. 다만 꽃을 보고 감동하는 보편적인 정서는 저 많은 관광객과 같은 모습이다. 그 감동은 꽃을 배경으로 산사를 배경으로 사진찍기에 나섰다. 꽃을 보러 온 것은 아니지만 꽃까지 활짝 피어 있으니 정말 고맙지 아니한가.
 양산 통도사는 우리나라 삼보사찰(불보,법보, 승보) 가운데 하나인 불보(佛寶) 사찰이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통도사는 서기 646년(선덕여왕 15)에 자장율사(慈藏律師)가 창건하였다. 산 이름을 영축산이라 한 것은 산의 모양이 인도의 영축산과 모양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불보 사찰이라 대웅전에 부처상이 없다.
 절 이름을 통도사라 한 까닭은 전국의 승려는 모두 이곳의 금강계단(金剛戒壇)에서 득도(得度)한다는 뜻과 만법을 통달하여 일체중생을 제도하며 산의 형세가 인도의 영축산과 통한다는 뜻도 있다. 천 년이 넘는 아득한 시간을 인간계와 통하고자 하는 불심은 무엇일까? 우리는 뭘 통하고자 이 멀리 통도사까지 왔을까?
 최인호의 소설 <길 없는 길>에는 구한말 경허 스님의 득도하는 과정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경허 스님의 법문에
세상과 청산은 어느 것이 옳은가.
봄볕이 이르는 곳에는 꽃피지 않는 곳이 없구나.(世靑山何者是, 春光無處不開)
 속세와 청산은 어느 곳이 옳은가 시비를 가릴 필요가 없다. 봄볕이 비치면 속세에도 청산에도 꽃은 어김없이 피어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굳이 모든 것 다 버리고, 삭발하고 청산으로 출가를 할 필요는 없다. 도에 들려고 일부러 청산을 찾아갈 필요는 없다. 봄볕이 이르면 세속에도 청산에도 어김없이 꽃은 만발하니 청산이니 진세(世)니 어느 곳이 옳은가 시비를 가릴 것이 아니라, 어느 곳에 꽃이 피는가 그 꽃 피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봄볕을 발견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 세속세계인 우리 주변에도 봄꽃이 만개했다. 꽃을 꽃으로만 볼 것인가. 따스한 봄볕에 마음이 열리고 뜻을 깨우칠 것인가는 자신의 역량이다. 굳이 멀리 꽃 구경을 떠나 차가 밀리고 막히고 고생할 것이 아니다. 꽃이 보고 싶으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는 안산의 벚꽃이나 화정천이나 대부 해솔길을 산책해야겠다. 또 30여 년이 된 우리 동네 아파트에도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꽃길이다. 이 봄볕에 깨달음까지 얻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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