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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쌔커 |
올겨울은 더욱 춥고 긴 것만 같았다. 완연한 봄이 올 때까지 지루하고 긴 겨울을 뭘 하면서 보내면 좋을까? 구덩이라는 책을 추천한다. 물론 책을 순식간에 읽어버리느라 하루 이틀이 휙 날아가 버릴지도 모르지만. 소설 구덩이(HOLES)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화 작가 중 한 사람인 루이스 쌔커의 작품이다. 이 책은 인터넷 독서 모임 서핑 중에 익명인 누군가의 추천한다는 글을 보고 읽게 되었다. 다 읽고 난 후 동거인에게도 추천을 해주었다. 책 꽤나 읽었던 동거인도 재밌었다는 감상에 마음이 흐뭇했다. 더 많은 사람이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청소년 소설이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더 많이 읽어보면 좋겠다. 300페이지가 넘는, 요즘 청소년에게는 얇지 않은 책이지만 읽고 나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구덩이> 속 주인공 스탠리 옐네츠 4세는 학교에서는 괴롭힘을 당하는 소심한 아이다. 그는 황당한 이유로 소년원에 가게 된다. 유명한 야구 선수의 운동화를 훔쳤다는 말도 안 되는 누명을 쓰기 때문이다. 스탠리 옐네츠는 ‘초록호수 캠프’라는 텍사스에 있는 황무지에서 구덩이를 파는 벌을 받게 되는데, 이 설정은 희한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전갈이나 방울뱀에게 물린다고 최악의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죽지는 않을 테니까. 보통은 그렇다. (생략) 그러나 노랑 반점이 있는 도마뱀에게 물리면 절대로 안 된다. 그건 최악의 경우다. 서서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죽게 될 테니까.’ p.11
책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앞부분은 경고가 적혀 있다. 구덩이를 파는 아이들에게 노랑 반점 도마뱀은 무시무시한 녀석이다. 우리는 구덩이를 왜 파야 하는지 읽는 동안 점점 궁금해지고 나름대로 추리를 해나갈 수 있다.
‘삽은 삽날 끝부터 나무 손잡이 끝까지의 길이가 1.5미터였다. 삽의 길이가 바로 파야 하는 구덩이의 깊이였다. 그리고 삽을 바닥에 평평하게 눕혔을 때 어느 쪽으로든 폭도 그만큼이 되어야 했다.’ p.43
스탠리 옐네츠의 집안은 대대로 운이 좋지 않았다. 아무짝에도-쓸모없고-지저분하고-냄새-풀풀-나는 돼지도둑-고조할아버지 때문이다. 고조할아버지는 어떤 집시의 저주를 받았다. 소설은 스탠리 옐네츠와 고조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아버지의 이야기까지 연결되어 있다. 몇 대에 이르러 이런 상황이 왜 일어났는지 결말을 본다면, 몇 대에 대해 펼쳐놓은 이유를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은 읽는 내내 씨뿌리기가 잘되어 있다. 소설 마지막에는 뿌린 씨를 깔끔하게 거두는 극강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구덩이는> 번역본이 출간되기 전에 이미 입소문이 나서 원서를 읽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한다. 학원의 교재나 방학 숙제에 들어가는 필독서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만큼 재밌기도 하고 교육적으로도 읽을 만하다.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간 소년은 어떻게 행복한 결말은 맞이할까? 행복해질까, 여전히 집안의 저주대로 불행해질까? 보통의 사람이라면 2막부터는 책을 덮을 수 없을 것이다. 나도 2막이 시작되고 조금만 읽고 자려고 했는데 한 번에 다 읽어버렸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50분이었다. 아직은 추우니까, 우울한 상황도 유머 있게 표현한 작가의 공력이 돋보이는 <구덩이>에 푹 빠져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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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름<혜윰서평단> |
안산신문 ansan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