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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날씨다

기사승인 2021.03.24  1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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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던 사프란 포어, 민음사

황사의 계절이 돌아왔다. 미세먼지까지 겹겹이 날아와 우리의 기관지와 폐를 협박한다. 미세먼지 수치를 매일 확인하게 될지 10년 전의 나는 상상도 못 했다. 지구가 열악한 환경으로 난리를 친다. 얼마 전에는 호주 산불로 수많은 캥거루가 타 죽고, 귀여운 코알라가 멸종위기에 처했는데 과학 기술로 무장한 인간까지 지구가 보내는 공격에 손도 못 쓰고 있다.
  “점점 강해지는 대형 태풍, 더 심각해지는 해수면 상승, 가뭄과 물 부족, 점점 넓어져 가는 오염 해역, 대규모 해충 발생, 죽어가는 숲, 매일같이 사라지는 수백 종의 생물과 같이 잇따르는 비상사태들이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22쪽)
  46억 년을 살아온 지구지만 못 견디겠는지 우리에게 계속해서 경고를 보내왔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관심했으며 마치 기술로 잘난 체라도 하는 듯이 더 많은 공장을 세우고 더 많은 물건을 사고 버렸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을 앓고 있으니 자연이 우리에게 복수하는 것이라 말해도 할 말이 없다.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우리가 날씨다>를 통해 지금 우리가 직면한 기후변화에 대해 냉정한 분석과 강력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책은 논픽션이다. 방대한 자료와 부지런한 탐구를 뒷받침하여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작가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녹아내면서도 강한 느낌을 건네주기도 한다. 읽는 동안 세계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지식 또한 얻을 수 있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2016년 장편소설 <내가 여기 있나이다>로 베스트셀러를 석권한 소설가지만 작가들이 ‘먹히는 이야기’에 특히 민감하고 지구적 위기를 진실하면서 관심을 단숨에 잡아끌도록 묘사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아쉬워한다. 그래서 더욱 더 우리가 지구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재작년, 작년, 올겨울은 매번 체감 온도가 달랐다. 좋아하는 붕어빵을 준다고 해도 밖에 나가기 싫을 정도로 춥다가, 내복을 입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안 춥다가, 다시 너무 추워서 난방텐트를 구입할 정도였다. 감각이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 느끼기에도 겨울마다 온도 차이가 커서 ‘지구가 이상하긴 하네.’하고 생각하는데 환경을 살리기 위한 실천은 크게 못 했다. 일회용 수저와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빨대를 안 쓰는 정도다. <우리가 날씨다>에 심각성이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담겨 있어서 더 와 닿는다.
  “미국인들은 단백질 권장 섭취량의 평균 두 배를 소비한다”(105쪽), “주기적인 기후변화 모델에 따르면 지구는 지금 기온이 살짝 떨어지는 시기라야 한다”(106쪽), “인간들은 현재 대멸종이 진행되는 동안 화산들이 쏟아낸 것보다 열 배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쏟아내고 있다”(106쪽), “개인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활동 네 가지는 다음과 같다. 채식 위주로 먹기, 비행기 여행 피하기, 차 없이 살기, 아이 적게 낳기”(119쪽).
  OECD 국가 중 출산율이 최저인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아이 적게 낳기를 옹호하기는 어렵지만 채식 위주로 먹기, 비행기 여행 피하기, 차 적게 타기는 실천해볼 만하다. 아니 우리 후손들을 위해 실천해야만 한다!
  “우리는 환경 위기가 커다란 외부 힘에 의해 초래되며, 그렇기에 아주 큰 외부 힘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해결책을 도출하는 출발점이다.”(131쪽)
  책을 읽는 동안 영화 <인터스텔라>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근미래 황폐해진 땅, 제대로 숨 쉴 수 없는 공기질과 기상환경, 병충해로 인해 사람은 먹기도 생활하기도 힘겹다. 폐병으로 가족을 잃어야하고 아버지와 딸이 헤어져야하는 세계… SF영화 속 상상만이 아니다. 곧 우리와 후손들에게 닥칠 일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반응은 체념 아니면 저항, 딱 두 가지뿐이다. 죽음을 맞기로 결심할 수도 있고, 삶을 강조하기 위해 죽음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이용할 수도 있다.”(244쪽)
  사람들이 환경을 살리자는 말을 귀에 못이 박이게 들어서 둔감해진 걸까, 워낙 문제가 심각해서 그러려니 하고 체념하고 사는 걸까?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은 나는 책을 읽으면서 지구에게 진심으로 미안했다. 햄버거를 끊겠다고 말은 못 하지만 최소한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살아갈 수는 있다. 이 책은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도 환경에 무관심한 사람도 읽기에 적합한 책이다.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다.

김아름(극작가/혜윰서평단)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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